밝은 미래: 20대의 감각과 생각 〈3부〉

강대현 김도경 김민정 김희연 심현희 이혜주 웹진 <결> 편집팀

  • 게시일2023.10.30
  • 최종수정일2024.04.24

제2차 세계대전기 일본군‘위안소’ 성노예 제도가 전쟁범죄로 공론화된 지 30여 년이 지났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생존자 증언과 법정 투쟁, 한일 외교 공방을 거쳐 역사 대중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사회의 20대 대학생들에게 이 문제는 어떻게 와 닿을까.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는 서울 소재 대학생 6명에게 넓은 의미에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달라고 요청하였다. 수요시위와 소녀상 지킴이, SNS 해시태그로 운동하는 세대, 피해자 증언을 직접 들은 적이 없이 영화와 소설로 ‘할머니’를 만난 사람들, 나비 배지와 추모 팔찌를 사고 모금과 기부를 하는 기념 산업의 자연스러운 소비자. 사회적 기억과 기념의 미래 주역으로 종종 호명되는 ‘청년’은 집합적 주체로 존재하는가? 그들을 만나보자. 

-좌담 일시: 2023년 8월 16일 
-사회: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학술기획팀 이헌미, 황진경, 정나라
-대담: 강대현, 김도경, 김민정, 김희연, 심현희, 이혜주
-정리: 퍼플레이컴퍼니 

 

Q. 정부 등록 피해자가 이제 아홉 분 생존해 계십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혜주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만족할 만한 사과와 보상, 미래에 대한 약속이 이뤄져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해요. 또 이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기본이자 중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희연

국가적인 대응이 미흡한 상황이잖아요. ‘일본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고 한국 내에서 알아서 하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피해자분들이 돌아가시길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해결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로는 이 문제를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대현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죠. 지금 한일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이라 어느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생존자분들이 살아계시기 때문에 일부러 다루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민정

피해자분들이 생존해 계실 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더 왕성하게 논의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것은 우리 세대가 역사적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존자분들과 대화하며 보다 가깝고 생생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있는데 저버리게 되는 거잖아요.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완전한 해결이란 없다는 인식이 먼저 합의되어야 합니다. 일본이 사과와 보상을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의견 나눔의 장을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계속해서 배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도경

피해자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게 남은 과제는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에요. 개인으로서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기억하고 이야기해야 하고요. 

심현희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비롯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문제를 통해 여성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좌담 전경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Q.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대학 내에서 미투운동, 낙태죄 폐지 등 다양한 여성운동을 비롯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앞으로 청년들이 계속해서 페미니즘과 ‘위안부’ 이슈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에서 어떤 배움의 장들이 마련되어야 할까요? 

심현희

현대의 여성운동과 ‘위안부’ 문제는 성평등과 인권을 주제로 다루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대학에서는 관련 교육과 논의의 장을 제공해 학생들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강대현

어느 순간부터 대학에서 사회 운동이나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요. 학생과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더 많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도경

제가 아는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페미니즘이 금기시되고 일부는 부정적으로 보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왜곡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학에서 배움의 장이 많아져야 합니다.

김민정

논의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페미니즘의 올바른 개념과 정의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강의가 확충되어야 합니다. 백래시 현상을 접할 때마다 암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과도기의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사회적으로 진일보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버텨내려고 합니다. 

이혜주

낙태죄 폐지 등 페미니즘 논의에 늘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백래시로 인해 미국에서 낙태죄가 부활했고, 우리나라도 낙태죄 폐지 관련 법안이 방치되다시피 한 상황이잖아요. 페미니스트라면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그런데 학교 여성학 강의에서 김현경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우울하고 불안한 이 시간이 절대적일 것 같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이런 시간을 몇 번이나 겪었습니다만 결국 백래시 이전보다 나아졌습니다.” 덕분에 큰 용기를 얻었고, 대학에 여성학 수업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부장적인 틀 안에서 남성의 관점으로만 바라봤던 사안을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거든요. 모든 학문에 여성학적 관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희연

한 남자 교수가 학생을 추행해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공론화된 적이 있어요. 그 후 그 교수의 연구실에 비판의 메모지가 가득 붙었고요.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작년부터 백래시가 심해졌다고 느끼는데 그래서 그런지 올해 초 학교 내에 페미니즘 동아리가 많이 생겼어요. 저도 새로 페미니즘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같이 책을 읽거나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주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Q. “일본군‘위안부’ 문제란 나에게 00이다”라는 문장을 완성시킨다면 괄호 안에 어떤 단어를 넣으시겠어요?

이혜주

‘붉은색’이라고 넣어보고 싶어요. 빨간색을 떠올리면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운동이나 혁명에 흔히 사용되는 만큼 에너지를 갖고 있는 색이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바라볼 때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 문제가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때도 있습니다. 

김희연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저의 ‘평생의 연구 과제’입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하고 싶어요. 역사학도로서 가져가야 할 큰 숙제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도경

‘숙제’인 것 같아요. 때로는 하기 싫고 미루고 싶지만 숙제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발전하잖아요. 이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돼 좌절감도 들지만, 그럼에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심현희

저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사명’입니다. 역사적으로 희생된 피해자분들의 고통과 그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기를 바라며 연대하겠습니다. 

강대현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가진 본질과 특수성을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객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민정

저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기억’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늘 기억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것이기도 하고, 인류사에도 중대하게 기억될, 특수하면서도 만연한 여성 대상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마지막 남은 식민지가 있다면 그것은 여성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 유린이 전 지구상에서 근절될 때까지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잊혀서는 안 되며 계속해서 새롭게 정의되는 기억이어야만 합니다.
 

(왼쪽부터) 정나라, 황진경, 김도경, 김민정, 이혜주, 김희연, 강대현, 이헌미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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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대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및 경영학과 재학생. 국제 관계학을 주요 관심사로 삼아 공부하고 있다. 서강대 검은 알바트로스에서 서울대 검은 학과의 연대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교 내부에서 ‘의기제’ 기획단을 진행하는 등 사회 문제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 

글쓴이 김도경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부 재학생. 법, 정치, 역사 등에 관심이 있으며 앞으로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싶다.

글쓴이 김민정

서울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재학생. “Lieben belebt”(사랑이 살게 한다)는 괴테의 말을 좋아한다. 모든 스러지는 것들을 사랑의 언어로 일으켜 기록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공부하고 있다. 

글쓴이 김희연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및 문화인류학과 학부생. 역사, 문화, 여성 인권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끊임없이 부유하고 앞날의 일은 알 수 없으나, 그런 와중에도 언제나 진심을 전하고 싶다.

글쓴이 심현희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재학생. 4.19 민주묘지역 일대 도시재생사업, 문화재청이 주최한 청년세계유산지킴이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콘텐츠 분야에서 일하며 졸업을 준비하고 있다.

글쓴이 이혜주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전공 재학생. 미디어와 게임, 여성의 삶에 관심이 많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사랑이 당연하게 정의되는 사회에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글쓴이 웹진 <결> 편집팀

Editorial Team of Webzine <Ky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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